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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영화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리뷰 / 상위 1%에서 무일푼이 된 한 여자의 삶

by 유노이아8589 2022. 10. 6.

인생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변화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는데 사람들은 '상황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전의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영화 속 주인공 '재스민'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삶을 잊지 못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 허상만 쫓은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지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1. 기본 정보

-감독: 우디 앨런 (Woody Allen)

-출연 배우: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재스민 역), 알렉 볼드윈(Alec Baldwin, 할 역), 샐리 호킨스(Sally Hawkins, 진저 역), 바비 카나베일(Bobby Cannavale, 칠리 역) 등

-러닝 타임: 98분

-개봉 연도: 2013년


재스민이 한 때 누리던 삶

2.영화의 줄거리

성공한 사업가 '할'과의 결혼으로 부와 사랑을 모두 쟁취한 여자 주인공 재스민. 미국 뉴욕 햄튼 지역의 호화로운 집에 거주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고 파티를 즐기면서 상위 1%의 삶의 살아가던 그녀의 인생은 그녀의 남편 '할'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부터 한 순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설상가상 그녀의 남편은 금융사기로 교도소에 들어가고 마는데... 결혼생활을 끝내고 무일푼이 된 그녀는 절대 버리지 못할 그녀의 '샤넬 재킷'과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여동생 진저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명품샵이 하나도 없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차이나타운에서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재스민은 컴퓨터 공부도 하고 치과 안내원으로 취직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가 보려 노력한다. 본인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그녀의 동생 '진저'와 루저 같은 그녀의 남자 친구 '칠리'의 삶이 한심하고 하찮아 보인다. 과거의 삶과 지금 삶의 괴리로 인해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잣말이 계속 늘어나며 신경안정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파티에서 멋진 외교관 '드와이트'를 만나게 되면서 재기의 꿈을 키워가게 되는데... 그녀는 그녀가 과거에 누리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도덕 불감증'과 자본주의로 인해 만들어 진 '허영심'과 '덧없는 욕망'을 우리 앨런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로 풍자한 작품이다. 


3. 비하인드 스토리

 1) 이 영화로 케이트 블란쳇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탔다.

오스카 상이란 바로 영예로운 아카데미(Academy Awards) 상을 일컫는다.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 케이트 블란쳇은 재스민 프랜치 역할을 준비할 때, 금융 사기꾼 버니 메이도프의 와이프인 루스 매도프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과거에 부유했지만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여자의 모습을 심도 있게 공부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골든 글로브 상(Golden Glove Award), 미국배우조합상(SAG Award), 그리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BAFTA Award for Best Actress in a Leading Role)등 무려 20여 개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영화 전체의 내용을 끌고 가는 그녀의 연기력을 보면 국제적으로 대중적으로 그리고 평단에서 이 정도의 찬사를 받을만하다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우디 앨런 감독은 '재스민 프렌치'라는 인물을 창조할 때부터 케이트 블란쳇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녀의 캐스팅이 확정되고 난 후엔 영화 제작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었다는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았다. 역할에 적합한 배우를 발굴하는 감독의 눈이 정말 탁월했다고 본다. 

 2) 이 영화에는 블루스 음악만 나온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오직 블루스(Blues)밖에 없는 이유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재스민이 암울한(Blue) 시기를 겪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라고 감독 우디 엘런은 말한다. 그는 블루스 음악에 대해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영화에서도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디 앨런 감독의 모든 영화들의 OST가 환상적인 것을 보면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과 전문성을 느낄 수가 있다. 

 3) 영화 의상제작비가 '고작' 3만 5천 달러였다. 놀라워라!

재스민의 의상들은 굉장히 고가이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만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미쏘니, 고가의 주얼리 등 다양한 클래식 명품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톤온톤으로 매치한 재스민의 엘레강스룩들은 눈이 즐거울 정도이다. 그런데 영화 의상 디자이너에게 배정된 예산이 고작 3만 5천 달러였다고 한다. 재스민의 에르메스 가방 하나가 이 예산을 초과하는 것이었는데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담당자인 Suzy Benzinger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명품 브랜드로부터 전부 협찬을 받아냈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에서도 케이트 블란쳇의 이름이 주는 힘, 그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협찬해줬을 것이다. 의상 담당자의 노력이 없었다면 재스민의 이 호화로웠던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감독이 엄청 고마워해야할 사람은 여배우뿐만 아니라 의상 담당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4. 아주 주관적인 리뷰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을 만 바로 재스민이 처음 등장하는 씬이다. 비행기에서 넋이 나간 것처럼 계속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 쉬지 않고 떠들어대서 옆자리 승객으로부터 미친 여자라는 뒷 말을 듣는다. 이때 그녀의 공허한 눈빛과 히죽히죽 웃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그 표정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그러한 와중에도 우아함과 기품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 여자에게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렇게 정신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을까 궁금해지게 만든다.

금융사기에 바람까지 피운 남편과의 이혼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재스민. 다시 일어서고자 미국 동부 뉴욕 최상류층 동네인 햄튼에 살던 그녀가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 타운에 사는 동생네로 가서 얹혀 지낸다. 동생이 사는 삶을 하찮게 여기지만 같이 지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상황을 보면 그녀가 참 얄밉기도 애처롭기도 한 양가의 감정이 든다. 그곳에서 치과 안내원으로 취직하여 일하다가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기도 하고 파티에서 만난 외교관 '드와이트'를 통해 온갖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하여 재기를 꿈꾸다가 계획이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영화 중후반부로 갈수록 재스민이 마주하고 있는 모든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녀가 신경안정제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이다. 이렇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농익은 연기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인생이 산산조각 나면서 전개되는 과정들 속에서 한 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인간 재스민의 심리를 절묘하고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주 예민하고 허세와 허영이 가득차 있는 재스민에게 동정심이 들거나 이해하는 감정이 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 우디 앨런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케이트 블란쳇의 경이로운 연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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