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명한 고전 명작이자 가장 아름다운 배우인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인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의 줄거리와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리뷰를 소개한다.
1. 기본 정보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
-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할리 역), 조지 페파드(George Peppard, 폴 역), 패트리샤 닐(Patricia Neal, 2-E역), 미키 루니(Mickey Rooney, 미스터 유니오시 역)
-러닝 타임: 115분
-개봉 연도: 1962년
난 이 고양이처럼 이름도 없고 누구의 소유도 아니에요.
2. 영화의 줄거리
'Moon River' 노래가 텅 빈 새벽 맨해튼 5번가의 한 건물에 울려 퍼진다. 검정 벨벳 드레스와 긴 장갑을 끼고 뉴욕 명물인 노란 택시에서 내려 티파니 보석 매장에서 내리는 여주인공 '할리'. 봉지에서 빵을 꺼내 베어 물고 커피를 마시며 진열장 너머의 보석을 보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마치 하나의 의식인 것처럼. 파티에서 파우더룸에 갈 때 남자들에게서 받은 돈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할리에게 티파니 매장은 꿈의 도피처였던 것이다.
무명작가 '폴'은 돈 많은 유부녀의 정부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두 사람 모두 남을 이용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Moon River'노래가 매개체가 되어 둘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점점 끌리게 된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며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해보자며 가게에 들어가 어항을 훔치고 나오기도 하고 폴이 책을 출간하며 처음 받은 인세로 경품으로 받은 반지를 Tiffany 보석 상점에 가서 글귀를 새기기도 한다. (이 영화로 유명해진 뉴욕의 티파니 매장에서 그곳에서 구매하지 않은 반지에도 글귀를 새겨주는 이벤트를 해왔다고 한다.)
부를 쫓아가며 살아가던 할리는 폴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폴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할리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폴을 떠나려 사랑하던 고양이(A cat with no name)를 택시 창밖으로 내보내고 공항으로 떠나지만 마음을 바꾸고 빗속에서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되고 둘이 포옹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울할 땐 택시를 타고 티파니에 가요.
3. 비하인드 스토리
1) 명품 브랜드 지방시(Givenchy)에서 의상을 협찬했다.
50년대를 휩쓸었던 패션 브랜드들은 지방시, 발렌시아가, 피에르 발망 그리고 허리가 잘록한 뉴룩을 선도한 크리스천 디올을 빼놓을 수 없다. 큰 키에 마른 몸으로 1957년 혜성처럼 등장한 오드리 헵번은 하퍼스 바자, 보그 등이 그녀의 패션을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청순하고 귀여우며 세련된 세련된 시대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업스타일 헤어에 화려한 주얼리, 몸의 곡선에 따라 라인이 예쁘게 잡힌 블랙 드레스, 쭉 뻗은 카프리 팬츠와 블랙 플랫슈즈, 허리라인이 잡힌 A라인의 스커트, 우아한 드레이핑의 이브닝드레스, 챙이 넓게 드리운 모자, 짙은 눈썹과 짧은 앞머리 등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은 다양하다. '햅번룩'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길 정도로 그 시대 패션 아이콘이었던 그녀와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의 만남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햅번과 지방시는 40년간 서로에게 소울메이트이자 뮤즈였으며 햅번은 '지방시의 옷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었어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옷을 애정 하였다. 글래머러스한 배우들이 인기를 누렸던 50년대에 그녀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지방시의 옷을 입고 그녀만의 스타일을 구축한다.
지방시가 디자인한 이 영화의 검은색 벨벳 드레스(위의 사진 참조)는 훗날 경매에서 80만 달러, 약 8억에 낙찰되었다. 그녀와 이 드레스의 명성을 생각하면 과한 가격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2) 미스터 유니오시를 연기한 배우는 동양인이 아니었다.
할리가 사는 아파트의 건물주인 미스터 유니오시. 나는 진짜 일본인이 연기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놀랍게도 미키 루니라는 서양인 배우가 연기한 거더라. 여기서부터 이 당시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인들에 대한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측면들이 등장한다.
머리를 까맣게 물들이고(여기까진 괜찮다) 노란색으로 피부색을 분장하고 찢어진 눈매와 토끼처럼 툭 튀어나온 앞이빨을 연출했다. 게다가 항상 화가 나 있는 듯한 말투와 우스꽝스러운 영어 악센트를 보여준다. 동양인에 대한 과장된 외모와 성격 묘사가 유쾌하지 않다. 이 당시엔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이 같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3) 'Moon River' OST는 진짜 명품이었다.
이 곡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버전으로 편곡이 되면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사실 오드리 헵번이 창가에 앉아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제작사 파라마운트의 사장은 싫어했다고 한다. 다행히 오드리 헵번이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 장면이 삭제되지 않고 세상에 등장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다행이었지 싶다.
196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각색상, 작곡상, 주제가상을 수상하였으며 그녀가 세상을 떠난 1993년,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노래를 틀었다고 한다.
4. 아주 주관적인 리뷰
1) 오드리 헵번의 패션을 빼고 이 영화를 논할 순 없다.
난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도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이 입고 등장하는 패션에 더 관심이 간다. 먼저,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고 크로와상을 먹는 첫 장면을 말하고 싶다. 몸의 실루엣이 예쁘게 드러나는 롱 블랙 드레스와 등 쪽으로 우아하게 드레이핑 된 화려한 진주 목걸이, 세련된 업스타일 헤어와 화려하게 반짝이는 왕관 모양 헤어핀, 마지막으로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롱 블랙 장갑까지.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오드리 헵번의 이 패션을 오마쥬로 코스튬을 입는다. 평소에 이런 완벽하게 세팅된 룩을 입어볼 일이 없으니 더 동경의 대상이 된 것 같다.
오드리 헵번이 창문턱에 걸터앉아 'Moon River'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의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남자 주인공 톰과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톰은 방에서 글을 쓰고 있다가 그녀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창문가로 가서 그녀를 바라본다. 남자의 시선인 카메라 앵글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너무 사랑스럽다. 이 장면에서 오드리는 캐주얼하게 하얀색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멜란지 그레이 색상의 스웻셔츠를 입고 카프리 팬츠를 입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블랙 플랫슈즈까지.
1960년대에 어찌나 세련되었는지 역시 클래식은 영원한 것인가 보다. 패션의 교과서로 언급되는 룩이기도 하고 내가 지금 즐겨 입는 아웃핏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패션을 하나하나 다 언급하고 싶을 정도로 장면 장면마다 오드리 헵번의 룩들이 완벽하다. 잘 때 끼는 화려한 민트색 안대(안대까지 티파니 색상이라니!), 파티에서 입은 핫핑크 드레스, 톰과 데이트할 때 입은 드레스 같은 레드 코트,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입은 트렌치코트 까지. 더 많은 패션들이 등장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정도! 당장이라도 입을 수 있는 세련된 패션들이다. 모두 다 격하게 갖고 싶다.
2) 그 당시 미국 뉴욕 상류층 사회의 실상을 보여준다. (가짜와 진짜가 공존하는 곳)
뉴욕의 상류사회에 진입하기를 열망하는 할리를 통해 영화는 그 이면에 있는 하류층의 삶도 보여준다. 가난한 작가인 톰과의 관계에서 사랑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를 찾아 헤매고 부와 상류층의 상징인 티파니를 동경하는 모습을 계속 그려낸다. 꿈과 현실의 괴리라고나 할까. 진짜와 가짜가 판을 치는 사교계의 모습들이 영화 속에서 더 다양하게 등장한다.
여담으로 사교계에서 상류층 사람들의 인사방식이 나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기는 하지만 전혀 관심 없는 그들 특유의 멘트, '2-E'의 멘트였던 'How do you do?'를 듣고 어찌나 웃었는지. 이 질문을 들은 상대방은 정말 자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자신의 안부를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면 안 된다. 그저 'How do you do?'로 똑같이 맞받아 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상대방을 챙겨주는 척하며 말투도 굉장히 우아하지만 실상은 전혀 우아하지 않은 거다.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말투라 영화를 본 후에 위선적인 이 말투를 따라 해보기도 했다.
파티를 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까 예의는 차려야겠고 쓸데없는 사담은 하기 싫고 피곤하긴 하겠지 싶어 이해가 가기도 하고 대화 속에 진심은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참 묘하다. '내가 이 시대 이 사회에 살고 있었다면 이들과 잘 어울리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연기와 삶,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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